오늘은 전에 다뤘던 진화 심리학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겠다. 진화 생물학과에도 모순이 많은데 진화심리학은 시간이 지나면서 현대적으로 바뀐 일상에 빗대어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 진화생물학과 연관된 학문에 대한 가장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자연선택의 중요성이 과장됐다는 점이다. 이미 1930년대부터 진화생물학에서는 유전적 부동이나 비-무작위적 짝짓기 등이 진화에 미치는 영향이 자연선택만큼 중요하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었다. 특히, 일부 진화심리학자는 진화심리학이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용한 진화생물학 연구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018년 네이처에 실린 Psychiatric Genomics Consortium의 연구는 40,000여명의 대상자를 이용하여 자연선택에만 의존하는 설명들이 조현병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유전적 부동이나 비 무작위적 짝짓기에 대해 고려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진화생물학의 현대적인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유전적 부동을 다루는 이론들은 오래전부터 확률 미분방정식과 같은 정교한 수학을 도입했는데, 정성적인 논의에 의존하는 진화심리학은 이를 고려하지 못한다. 이에 PGC의 연구자들은 자연선택뿐만 아니라 유전적 부동과 돌연변이를 함께 고려한 수학모델을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유전적 부동과 돌연변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자연선택이 대립유전자 빈도를 낮추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보여주면서, 이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선택과 정성적인 설명에만 의존하는 진화심리학은 조현병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자폐증과 같이 흔하게 발견되는 다른 질병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조현병은 상당히 치명적인 질병임에도 굉장히 높은 빈도로 발견됐기 때문에 오랫동안 과학자들에게는 미스터리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조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이 다른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풀에서 살아남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상단의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은 대부분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되고 있는 지역에 있다. 따라서 조현병 유전자들의 진화적인 이점을 주장한 기존의 가설은 틀렸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예로 유전체학과에서도 많은 모순이 일어나는 걸 알아볼 수 있는데, 진화심리학의 큰 문제 중 하나는 현대적인 유전학 연구 결과와 모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배고픈 유전자 가설은 현대인에게 많이 발견되는 당뇨나 과체중을 수렵채집 시대의 유산으로 본다. 신석기 시대 이전에 농사를 짓지 않아 열량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열량을 선호하는 유전자가 선택됐으나 그 결과 영양 공급이 풍부해진 신석기 이후에 이 유전자들에 의한 과도한 영양 섭취로 4대 성인병이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유전학자들은 인간 유전체에 존재하는 자연선택의 흔적을 DNA 시퀀싱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따라서 배고픈 유전자 가설이 옳다면 BMI를 증가시키거나 당뇨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에 자연선택의 흔적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는 우리 유전체에서 자연선택의 흔적이 매우 드물게 발견되며 심지어는 당뇨 위험을 낮추거나 BMI를 감소시키는 유전자에서 자연선택이 더 많이 발견된다는 보고를 일관적으로 하고 있다. 즉, 배고픈 유전자 가설은 사실상 반박된 주장이 있다.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서 인간이 아닌 대상들에게 인간의 관점을 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동물의 행동을 유전적으로 설명할 때 인간 행위에 빗대어 설명하면서 주로 발생하는데 불필요하게 사람이 아닌 대상들에게 인간의 사회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물론 자연현상을 알 수 있는 것에 빗대어 설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론을 언어구조로 표현하여 과학적 인과관계를 확립하기 위해서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가령 인지 능력이 거의 없는 작은 곤충 중에서 오직 한 수컷과 암컷 개체만 짝짓기하며 새끼를 낳는 종은 일부일처제 종이며 여러 개체가 짝짓기하고 새끼를 낳는 종은 다처제, 다부제 등 복수 혼 제 곤충이라고 사회생물학자, 진화심리학자 등이 말하는 것은 인간의 결혼 방법을 곤충들에게 투영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전적으로 다른 계통에 속하는 동물들은 뇌 구조가 다르며 인지구조가 다른, 다른 종에 속하는 동물들은 생물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인간의 관점을 투영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오히려 역으로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습성을 인간들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본다면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들을 통해 인간과의 유사성을 설명하거나 인간과 동물과의 유사성을 설명하는 것이 서로가 다른 종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오히려 인간 우월주의를 들어내고 있다. 오히려 인간 또한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오류는 분명히 존재한다. 학계에서 진화심리학이 공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진화심리학이 내놓는 주요한 결론들은 대부분 통계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첫 번째, 실험 데이터의 한계다. 통계를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통계이론이 요구하는 이론의 가정들이 만족하여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무작위 추출인데 대부분의 진화심리학 연구들은 유의 추출을 사용하기 때문에 결과를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혹자는 연구자원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생산이 활성화되어 이런 문제가 해소된 지 오래다. 두 번째, 실험 디자인의 한계다. 이성을 고르는 기준이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 진화심리학자 David Buss의 연구는 교란 요인을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 그는 37개의 문화권에서 앞서 언급한 성차가 동일하게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비교는 남녀 사이의 소득, 교육 수준과 같은 교란 요인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성별이 차이를 낳은 것인지 다른 교란 요인이 차이를 낳은 것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세 번째, 통계 방법론 적용의 한계다. 보통 통계적 유의성은 p-value=0.05를 기준으로 나눠지는데, 통계 검정의 개수가 증가하면 1종 오류 확률이 증가하므로 유의수준을 0.05보다 낮춰야 한다. 이를 다중비교의 문제라고 한다. 상단에 소개한 연구는 37개 문화권에 대해 각각 검정을 했으므로 0.05보다 훨씬 작은 유의수준을 적용해야 하지만 저자인 Buss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다중비교를 보정하는 본페로니의 방법으로 유의수준을 조절하면 버스가 보고한 통계적 유의성의 80퍼센트가 사라진다. 해당 메타분석에 따르면 선택적 보고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연구들이 보여야 하는 분포와는 다른 분포가 관찰된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나온 연구들은 출판되지 않고 유의성의 기준에서 아슬아슬하게 탈락한 연구들에는 부적절한 조작이 가해졌을 때 나타나는 분포가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해당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이뤄진 대규모 후속 연구들은 메타분석 결과를 지지하고 있다. 네 번째, 학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통계 조작과 선택적 보고이다. 성적으로 자극이 되는 이미지가 남성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주장이 진화심리학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메타분석은 해당 연구가 노골적인 조작과 선택적 보고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냥 흥미로운 칼럼을 읽는다 생각하고 접근하면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로써 진화심리학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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